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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Dance Company

‘실종’, 춤을 토대로 한 포퍼먼스

December 24, 2015

지난 12월 31일 방희선이 안무하고 장성원이 연출한 ‘실종’(12. 30-31.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은 몸이 움직임을 거세하고 언어를 대신하는 특이한 춤 미학을 제시하였다. ‘실종’은 카프카의 ‘변신’을 춤으로 해석한 공연이다. 젊은 회사원 그레고르가 갑충(甲蟲)으로 돌변하자 가족으로부터 홀대를 받고 쓸모없이 죽어버린다. ‘실종’에서 구현되는 초현실주의적이며 다다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세계는 국내 춤에서 흔치 않은 것이다. 때문에 전반적인 춤 동향에 비춰 보면 일탈로 여겨짐직하다. 이 작품에서 엿보이는 급진성에서 우리는 춤이 춤에 머물지 않고 공연 예술의 향방을 비틀어댈 만한 여지를 발견케 된다. 

‘변신’의 줄거리는 ‘실종’에서도 재연된다. 그레고르의 기이한 운명의 발단과 종말은 분명하고 그 사이의 모습과 주변의 반응들은 마치 삽입구들처럼 설정된다. 이를 위해 ‘실종’이 동원하는 몇 가지 기제는 다음과 같이 반미학적인 아수라장을 저변에 깔았다. 

한 연기자가 토끼로 분장하고선 일상에 매몰된 소시민의 자기도취를 말하는 듯이 철없이 깡충거리는 공중 도약의 춤, 후반부에서 가족들이 나누는 유희춤을 제외하고 여기서 ‘춤다운 춤’을 접할 수는 없다. 여타 등장인물들 가운데 일부는 로봇처럼 꺾는 마임 동작을 록음악에 맞춰 간헐적으로 보이고 그레고르의 무술적인 느낌의 반복된 뒹굴기도 곁들여진다. 대부분의 연기는 일상적 동작으로 전개된다. 그레고르는 쇠사슬에 묶이고 철창에 갇히며 폭력을 견뎌야 한다. 

여러 등장인물들은 거동하기에도 불편한 과장된 귀족 정장을 걸치고선 상당 부분에선 느릿한 동작으로 무언의 위압감을 조장한다. 가족들은 처음부터 대파와 말린 생선을 들고 등장한다. 작품 종반에는 사과를 무대에 흩뿌리고 심지어 그레고르를 향해 사과를 집어던지기도 하며 날고기 몇 근이 갑충 그레고르에게 주어 지고 그레고르는 이를 들고 돌아다니다가 바닥에 내던진다. 

여기서 각자의 연기가 제각각이고 현시적인 것은 이기심의 발로로 읽혀진다. 그리고 반미학적 발상은 잔혹극 같은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사실 세상이 이기적이며 잔혹스럽게 바뀐 줄 모르고 갑충 그레고르는 가족과 세상에 대한 기대를 잃지 않는다. 그렇게 죽은 그레고르에게 누이동생만 동조할 뿐 세상은 그에게 모래를 끼얹고 눈을 가리며 망각을 시도한다.

‘실종’이 ‘변신’의 충실한 재현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실종’에서 전반적으로 잔혹감이 느껴지는 중에서도 긴장감이 떨어지는 이유는 재론될 필요가 있다. 아마도 그것은 원작에 비해 주변 인물들의 이기적 행태 묘사가 정치하지 않으며 ‘실종’에서 성도착적 행태가 이기적 행태보다 훨씬 강하게 묘사된 데서 기인하는 것 같다. 이 긴장감을 (초기) 산업사회에서 개인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에서 찾아내는 것이 ‘변신’의 취지와 부합할 것으로 생각된다. 

‘실종’은 부조리한 세계를 부조리하게 접근하는 춤으로선 아주 드문 편에 속한다. 더욱이 무대에서의 몸 운용 측면에선 춤으로 단련된 연기자들이 아니면 달성하기 어려운 몸의 밀도에 힘입어 퍼포먼스판을 일굴 수 있었다. 다시 말하지만 ‘실종’은 춤을 토대로 춤만의 독자성을 벗어난 본격적인 퍼포먼스를 제시하였던 것이다. <평론가 김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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