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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Dance Company

방희선, 장성원의 백설공주의 밀러셀프

December 24, 2015

평자는 이곳저곳에서 수백 번 반복하면서, 무용공연의 무용미학적 목표는 안무가의 사상과 철학을 객석의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평자도 편하지 않은 것이, 실제로 그런 작품을 거의 만나지 못한다는 것이다. 평자의 말을 실증시킬 '예'들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6월 첫날 평자는 국립극장의 야외무대인 하늘극장에서 바로 그런 무용을 만났다. 안무가의 두터운 사상과 철학이 객석의 관객들에게 투명하게 전달되고 있던 방희선 안무의 < 백설공주의 밀러셀프 > 공연을 보았다는 것이다. 사실 그 이전의 방희선의 작품에 대해 평자는 비판적일 수 밖 에 없었다. 

무모하다고 할 정도의 파괴적이기만 하던 그의 작품을 예술적, 미학적으로 용인하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그의 작품은 달랐다. 여전히 뭔가 위험함을 잠재하고 있었지만(여기에서 위험함은 우리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반영하는 예술성이 된다), 그 이전에 평자가 우려했던 '실험을 위한 실험', 혹은 '파괴를 위한 파괴'의 혐오스러운 모습은 결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스름의 야외 공연장에서 고등학생 한 명이 사기 기획사를 만난 자신의 경험담 등을 이야기하고 사라진다. 이어서 잠바 차림의 중년이 나와서 앞뒤가 맞지 않는 횡설수설을 하고 있다가, 진행자에게 끌려 나가는데 수준 높은 코미디가 된다.

피아노 음이 흐르고 흰 원피스의 아름다운 여인이 나타난다. 펜싱 칼을 든 남자가 펜싱 연습을 하고, 젊은 남녀가 농염하고 진한 포즈를 이룬다. 모든 것의 분위기가 자연스럽다. 여자가 중년 남자를 유혹한다. 젊은 남녀 두 쌍이 팔을 느리게 움직이며 우아한 춤을 이룬다.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느낌이 살아난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식의 춤의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기분 좋다. 계속 남녀 3쌍이 되어 끈적끈적하면서도 낭만적인 느낌의 춤을 이룬다. 그런데 이때 목에 개줄을 단 남자와 검정 의상의 여인의 그로테스크한 움직임이 병렬된다. 광기 어린 호소의 움직임도 이어지는데, 특이한 느낌이 충만하다.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의미를 가지는 엽기적인 행위가 일어난다. 다시 맑은 음향이 흐르고 6명의 무용수들이 팔 움직임을 절제하면서 상큼한 움직임을 이루는데, 작품은 투명한 추상 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 남자의 배신에 가슴이 터져 죽어가는 여인이 있고, 이를 남자가 슬퍼하고 있다.

이때 나머지 악마들이 천사처럼 무릎을 꿇고 진혼한다. 늘씬하게 생긴 남자무용수 두 명이 펜싱 칼로 진검 승부의 결투를 벌인다. 완벽한 칼놀림은 아니지만 정확하게 의미가 표현되어있다. 정부의 칼에 맞아 남자가 쓰러진다. 자신의 남자를 죽인 정부를 증오하는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결국 정부의 남자가 된다.

목숨을 걸고 사랑을 지킨 남자는 쓸쓸히 죽어가고, 이제 남은 두 남녀는 온 몸을 껴안고 에로틱하게 뒹굴고 있다. 이때 개처럼 살아가는 중년의 두 남자가, 그 에로틱한 순간 옆에서, 주정뱅이의 엽기 행동을 섬뜩하게 겹치고 있다. 모든 것이 비겁하지 않게 우리 삶의 사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그려낸다. 이때 그 이전에 죽어간 여인의 영혼이 육신으로 나타난다. 

검정 옷의 여인으로 나타나 백설공주의 심장을 바닥에 던지고, 메케한 피 냄새 같은 것이 흐르고 있다. 난해한 명쾌함이 문맥이 완전히 살아있는 소설처럼 투명하던 이번 공연은 세계 어디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는 세계적인 추상표현주의적 현대무용이었다.

11명의 출연 무용수 모두들도 뛰어난 기량과 표현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복잡한 플롯의 소설을 읽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명쾌한 의미가 전달되고 있었다. 투명한 메시지가 살아서 끈적거리고 있던 이 작품은 우리도 피나 바우쉬 못지않은 '표현적' 무용을 성공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던 매혹적인 창작 현대무용이었다.

(송종건/무용평론가/dancecritic.com.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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