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서울특별시 강남구 청담동 101-7 패밀리빌딩 4층 

02) 515~2629

magenia@naver.com

 

  • Facebook Basic Black
  • Twitter Basic Black
  • Instagram Basic Black

Contemporary Dance Company

관객에 목말라 아름답게 미친 그녀

December 23, 2015

 과감한 실험과 도발적인 힘을 중요시하는 중견 현대무용가 방희선(42)씨가 관객을 찾아 거리로 나왔다.

방씨는 6월 한달동안 매주 월, 화요일 밤 8시 서울 강남구 학동4거리 포장마차 ‘노는 아이’에서 ‘마차안의 작은 이야기’를 공연키로 했다. 공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집도 팔았다. 이 이야기를 듣고 오대환, 주용철, 이정영씨 등이 나서 음악, 무대미술, 조명 등을 맡아 자원봉사했다.

낮에는 자동차 정비센터, 밤에는 포장마차로 변하는 ‘노는 아이’가 영업이 바뀌는 시점에 2시간 정도 무용을 공연하고, 손님들이 그대로 포장마차에서 뒤풀이를 한다는 아이디어로 장소를 무료로 제공했다. 그러나 이 곳에서의 공연은 2일과 3일 두 번에 그쳤다. 영업에 별로 도움이 안되자 이러 저러한 구실로 중단된 것이다. 이에따라 방씨는 무대를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야외무대로 바꿨다. 날짜도 14, 15, 21, 22일 매주 토, 일 오후 7시로 조정했다. 제목도 ‘마차 안의 작은 이야기’에서 ‘마차 안의’를 빼고 ‘작은 이야기’로 바꿨다.

방씨는 “우연히 학동의 포장마차에서 술을 먹었는 데 공간이 너무 좋았다”며 “좁은 실내 무대를 벗어나 관객을 만나고 싶었는데 차질이 생겨 아쉽지만 백화점 옆 광장도 바닥이 더 딱딱해진 것 빼고는 괜찮은 무대조건이다”라고 말했다.

커다란 삼각형의 천을 이용해 만든 ‘작은 이야기’의 무대는 범선을 연상케 했다. 삼각돛의 형상으로 이어 매달아 동적인 느낌이 강했다. 도시 전체가 무대였고, 배처럼 생긴 무대는 정글같은 도시를 항해하는 돛단배였다. 무심히 지나가는 자동차 클랙슨소리와 헤드라이트 불빛, 호기심 어린 사람들의 웅성거림 등은 그대로 자연스러운 무대 효과로 작용했다. 그 배안의 갑판, 콘크리트 바닥에서 방씨를 비롯한 7명의 무용수와 마임이스트 장성원씨가 기고, 뒹굴고, 뛰고, 날며 춤을 췄다. 남녀의 사랑을 주요 소재로 한 이 작품은 샹송 등 대중적인 노래에 곡예와 같은 고난도 테크닉과 감정이 묻어나는 관능적 춤사위로 이뤄져 관객들에게 쉽게 전달됐다. 

프랑스에서 활동중인 장씨는 “방씨와의 작업이 너무 흥미가 있어 공연 소식을 듣자 마자 비행기를 타고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이 창궐하는 홍콩을 지나 서울로 왔다”며 “이 작업은 ‘떠나버린 관객을 찾아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관객을 찾아서’”라고 말했다.

이 작품을 본 성균관대 무용과 정의숙교수는 작품의 후반 눈물을 흘렸다.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만년 소녀인 그의 눈물에 대해 묻자 그는 “너무 열심히 해서, 너무 슬퍼서”라고 답했다.

‘작은 이야기’는 무대가 배같이 생겨서인지 영화 ‘타이타닉’에서 악사들의 연주장면이 연상된다. 영화후반부에서 배가 침몰하는 가운데 승객들이 갑판 위에서 우왕좌왕하자 악사들은 승객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연주를 계속했다. 한 악사가 “우리들의 음악을 듣지 않는데 그만하자”고 하자, 악장으로 보이는 사람은 “저들이 언제 우리 음악을 들었느냐”며 연주를 계속하는 장면이다. 방씨의 춤은 그런 느낌이었다. 끝없는 욕망의 바다로 정신없이 뛰어드는 사람들에게 예술이라는 표지판을 세워주는.

방씨는 “순수예술이건 대중예술이건 관계없이, 존재가치나 깊이에 관계없이 팔아야 대박잔치인 우리 문화계 상식에 내 머리가 뱅글뱅글 돈다”며 “이런 상황에서 집을 팔아 무료 거리공연을 나온 나는 바보중의 바보지만 행복하다. 조금은 늦게, 조금은 모자라게 사람들과 만나며 차이점이 차별점이 아니라 다양성으로 비치는 사회에서 약간은 바보처럼 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승현기자 hyeon@munhwa.co.kr



 

Please reload

추천 게시물

현대 마임의 거장 엘라 자로쉐브비츠의 마임작품 'Parallèles'

June 29, 2016

1/10
Please reload

최근 게시물
Please reload

보관
Please reload

태그 검색